2007년에 나온 영화 <쏜다> 에서 박만수(감우성 분)는 선택의 자유가 없는 사람이다. 고등학교 윤리 교사인 아버지로부터 “윤리 도덕 정신에 투철한 공무원이 되어 국가에 충성봉사 하라”는 말을 어릴 적부터 듣고 자란 박만수는 아버지 몰래 카 레이서가 되는 꿈을 꾸며 장난감 차를 모으는 열정을 키워 보지만 발각되어 무참히 짓밟힌다. 성인이 되어 공무원으로서 교과서적인 삶을 사는 그는 어느 날 세 사람으로부터 강타를 맞는다. 

1. 아내로부터 “돈 못 벌어 오고 밤일 못하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당신과 사는 재미없는 삶은 참을 수 없다”는 이유로 이혼을 요구 당한다. 

2. 직장에서 상사로부터 융통성 없는 직원 이라는 이유로 해고 명령을 받는다.   

모범적인 삶을 살아온 박만수에게 아내와 상사의 태도는 청천벽력이었다. 하루에 두 번이나 맞은 날벼락으로 화가 난 그는 난생 처음 속박의 굴레를 파괴한다. “소변금지” 경고판을 무시하고 방뇨하는 선택의 자유를 마음껏 누린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방뇨가 아니라 해체주의 사상의 미국 선두주자 라고 불리는 리차드 로티가 말한 “먼저 자유를 돌보면, 진리는 스스로를 돌본다”룰 체험하는 순간이었고, 아버지의 총체주의적 사고방식을 향한 게릴라 식 해체의 시작이었다. 

3. 노상 방뇨 죄로 파출소에 끌려간 박만수는 고집불통 경관에게 “너같은 인간은 유치장에 들어가야 한다”는 세 번째 강타를 맞는다. 

거기서부터, 박만수의 교과서적인 인생이 한 장씩 찢어지기 시작한다. 아버지, 아내, 직장 상사, 경관의 규율과 허구성에 반기를 들고 그것을 하나씩 고발하는 연속적 사건들을 통해 결국 박만수는 멸망의 길로 치닫는다.  

박만수 아버지의 교육은 구조주의(structuralism) 또는 총체주의 식 교육이다. 즉, 아들의 생각, 선택, 자유를 무시한 채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일방적으로 강요하여 박만수 라는 개인을 나라 전체의 한 부품으로 전락시킨 것이다. 

자신이 다리 밑에서 온 존재가 아니라 부모님의 생물학적 공조에 의해 이 땅에 존재하게 되었다 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시기가 되면 청소년들은 자신이 부모와 구분 되기를 원하고 개별화 되기를 원한다. 심리학자 칼 융이 말한 개성화(individuation) 과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개성화의 출발점은 타인의 뜻과 자신의 목표를 구별하는데 있다. 하지만, 박만수는 아버지의 바램과 압력에 따라 주어진 역할을 담당하느라 자신이 지닌 개성, 가능성, 역량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가면을 쓰고 살았다. 

교과서적인 삶을 살아왔지만 자동차 프로 레이서를 경주에서 따돌리는 예사롭지 않은 운전 솜씨를 보여준 박만수. 만일, 어릴 때부터 장난감 자동차를 모으며 카 레이서가 되는 아들의 꿈을 아버지가 밀어주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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