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미국 동부의 고등학교 12학년 학생이었던 M군은 UC (University of California) 대학에 마감일 날 지원서를 가까스로 접수 시켰다. 그리고 3일 후 한국에 있는 아버지에게 카톡 문자를 보냈다. “UC로부터 캠퍼스 인터뷰 초청장이 와서 12월 중순에 캘리포니아를 방문해야 한다;”라고. 아들의 인터뷰 소식을 반기며 아버지는 “인터뷰 잘하기 바란다”라는 격려 문자와 함께 왕복 비행기표를 예약 해주었다. M군이 UC에 지원서를 낸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아버지에게 거짓말을 했다. 학부 지원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지 않는 UC대학을 핑계로 여자 친구와 함께 샌디에고로 놀러 가려고 꾸민 것이다. 

그런 자녀의 거짓말을 향해 박설미의 소설 <사소한 거짓말>은 대응 방법을 이렇게 서술한다. 

"자식을 너무 믿는 게 아닌가 싶군요. 누구도 섣불리 믿어서는 안 되는 법인데 말이죠.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 가장 먼저 배우는 게 뭔가요. 바로 타인은 함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그게 아무리 자기 배로 나온 핏덩어리라 해도 예외는 아니지요. 자식도 타인은 타인이니까요.” 

“누구도 섣불리 믿어서는 안 되는” 이 세상은 모습은 이렇다. 

빅토리아 시대에 영국 총리를 지낸 벤자민 디스라엘리는 거짓말의 종류에는 “거짓말, 엿같은 거짓말, 그리고 통계”가 있다고 조크했다. 거짓말 연구가 찰스 포드는 “거짓말은 생존에 필요한 인간의 본능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평균 7분 마다 한번씩 거짓말을 한다.   

이런 환경에서 솔직함은 오히려 분란이나 소란을 일으키는 무책임한 짓이 될 수 있다. 

인간관계에서 거짓말이 때로는 마사지 오일 역할을 한다. 거짓말을 한 M군에게 왜 그랬냐고 야단치기 보다 “인터뷰를 잘하면 장학금도 많이 받는다고 하는데 이번 기회에 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기 바란다”라고 아버지가 거짓말로 받아 친다면 좀 더 원활한 부자관계를 유지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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