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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stories from Haniedu students  


제목[12기 - Kansas원유진/글6]
작성자원유진 등록일2006.04.03 11:53 조회수4,874

Spring Break



안녕하세요~ Kansas의 원유진입니다:P 잘들 지내나요?
저희는 얼마전에 봄방학이 끝났어요. 그래서 제가 어떻게 그 기간을 보냈는지 적어보려고 합니다.

한 주가 약간 넘는 그 기간동안, 저는 바로 옆주인 Colorado에 두번이나 갔다 왔어요.

그러니까 요기서->

요기로 간 거예요.

보기에야 가까워 보이지만 미국이 워낙 넓은 나란가요. 한국, 특히 서울 같은 교통 체증은 찾기 어려운 쭉쭉 뻗은 도로였는데로 두 번 다 차를 타고 장장 대여섯 시간을 달려야 했습니다. ^^;
그럼 제 여행 얘기, 시작해 볼게요.

*
평평한 땅 캔자스의 캔잔(Kansan)들에게 있어 콜로라도는 꿈의 땅이예요. 일단 간단한 배경설명을 하자면 콜로라도는 산이 많고, 스키 관광으로 유명한 곳이죠.
그래서!! 갔어요. 스키를 타러.



우후!!!!!!!!!! 예아
(사진은 같이 중급 코스에서 놀았던 교회 친구 Sam과, 저~ 밑에 내려가고 있는 Ben입니다.)

Church Ski Trip 교회 스키 여행

저희가 다니는 Seventh-day Adventist 교회에서 스키 여행을 기획했어요. 목요일 날 밤에 그 쪽 지점의 같은 교회에 도착해 하룻밤을 자고, 다음 날인 금요일을 하루종일 스키를 타며 보낸 후 이날 밤엔 호텔에 묶고, 토요일날은 교회에 참석한 다음, 일요일날 돌아오자는 계획이었죠.

스키는 너무너무 재밌었어요. 전 원래 한국에서 스키를 타러 자주 갔기 때문에 호스트 여동생 미셸과 떨어져서 Sam과 Ben형제와 함께 중급 코스에서 놀았답니다. 오후에는 스노우 보드를 잠깐 탔어요.
계획대로 실행 되지 못한 게 한 가지 있다면 금요일날 스키장에서 생각보다 일찍 돌아와야 했던 거예요.눈보라로 앞을 보지 못할 정도로 악화된 날씨 때문에요. 저는 사실 슬슬 추워지고 있었어서 그렇게 절망스럽지는 않았습니다…..허나 두번 밖에 타지 못한 스노우 보드를 위해 내야 했던 5달러가 약간 아깝긴 했어요……..



막상 저희가 스키 타던 사진은 못 찍었어요. 한국의 스키장들과는 달리 널널했던 이 곳.

이 3박 2일의 여행 중 첫째날과 셋째날은 호텔이 아닌 교회에서 침낭을 깔아놓고 잤어요. 캐년 시티라는 곳에 있는 큰 교회였죠. 교회 안에 체육관이 있었던 게 관건! 남자아이건 여자아이건 할 것 없이 달려들어 농구공을 잡았는데…

그것보다 훨씬 재밌는 행사가 저희를 기다리고 있었죠. 그쪽 교회에서 저희를 위해 손수 게임을 마련해 준 거예요! 저는 풍선을 발목에 묶고 끝까지 터트리지 않고 살아남아야 하는 게임에서 2등을 했습니다. 소년 Sam!과의 결승전이자 접근전에서 아주 아주 아주 아깝게 1등을 놓쳤어요. 그 외에도 Musical Chair라는 게임이 있었는데 만약 다섯 명이 있었다고 치면 4개의 의자를 사이에 놓고 주변을 돌다가 음악을 멈추면 잽싸게 앉는거예요. 그리고 앉지 못한 사람은 게임에서 아웃이고, 그 다음에는 3개의 의자를 놓는 것, 뭔지 감이 대충 잡히시죠?
다른 게임들은 기억이 안나네요…=+=;; 하지만 게임 행사가 모두 끝난 다음에는 다시 다들 달려들어 농구라든지 풋볼이라든지 하고 놀았습니다.



마지막을 향해 나아가고(점프하고) 있는 저


교회에서 밤에. 어수선..아수라장이 따로 없구나. ( ..)


Hello Colorado. AGAIN!!! 다시한번 안녕, 콜로라도



Zette(젯) 이모


캔자스에 있는 집에 돌아온지 정확히 이틀 만에 저희 가족은 다시 짐을 쌌습니다. 저희 이번 봄방학 계획은 원래 캠핑카를 몰고 텍사스에 호스트 동생 Michelle의 친구 Brittany를 만나러 가는 거였지만, 그게 어찌어찌하다가 변경 되어 콜로라도의 Fort. Collins라는 도시에 살고 계신 Lizette 이모, 즉 저희 호스트 엄마의 동생을 만나러 가는 걸로 되었어요. 이분은 매우 단정한 주택 같은 곳에 살고 계십니다. 저희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늦은 시각이었고, 젯 이모네 집엔 침대가 부족함에 의하여 저와 호스트 자매인 Michelle, Marianne은 그 주택 주민들의 손님들이 묶을 수 있는 시설, Common’s house- 즉 공동의 집에 향했어요. 집에서 20초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거리에 있어요.



짐 풀고 있는 Marianne. 이 곳 방은 완전 호텔이 따로 없어요.(휘둥그레)


탁구대 뿐만 아니라 아이스 하키 테이블, 서재에 심지어 헬스장까지 딸린 공동의 집. 너무 좋죠?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저렇게 생긴 곳이더군요. 너무 예쁘지 않나요?
여기가 진짜 예쁘고 비싼-ㅅ- 동네랍니다.

Denver Nature&Science Museum 덴버 자연&과학 박물관

자 다음날 아침 일찍! 저희는 덴버로 향했어요. Denver! 콜로라도에서 가장 큰 도시. 오랜만에 고층 건물들을 보고는 얼마나 감개무량 하던지요. ㅡ.ㅡ;; 지나가다 보면 길거리에 가끔 한국어로 된 간판도 있습니다. 외국인이 많다는 건 그만큼 인구가 밀집돼 있다는 거겠죠?

이곳의 자연과학 박물관은 곳곳이 최첨단 시설로 이루어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아마도..) 곳이랍니다.



표 끊으러 기다리면서. 입구도 저렇게 예쁘게 꾸며져 있어요.



흠. 마침 인체의 신비전이 열리고 있더라구요.
하지만 너무 비쌌던 관계로 보지는 못했습니다 -_ㅠ

여기엔 자연&과학 박물관이라는 이름과 걸맞는 많은 전시관들이 있어요. 별과 우주에 대해 논하는 스페이스 전시관(여기서 그런 곳에 가봤어요, 왜 엄청 커다란 공 모양의 천장이 우주처럼 펼쳐져 있고, 실제로 그 곳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만드는, 그거-이름은 모르겠고..천문대라고 하나?), 세계의 많은 숲과 늪지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듯한 동물 전시관(진짜 동물원 같은 건 아니구요 마네킹 동물-?-들이 있어요), 고대와 공룡 전시관, 미이라 전시관(여기 실제 미라를 보관해 두고 있습니다. ㅠ 근데 그건 죽은 사람을 눕혀놓고 구경한다는 거잖아요. 으시시했음!!) 등등…

그치만 모두가 가장 즐겼던 건 아마 IMAX 영화일 꺼예요. 53개의 스피커와, 거대한 방의 벽 한면을 다 채우는 대형 스크린. 엄청난 고화질과 뛰어난 색채. 뭐 그래도 저는 딱히 신기해서 즐겼다기 보단요 영화가 재밌더라구요. 40분쯤 되는 필름인 “India”를 봤는데요, 요기(?)가 되고 싶어하는 한 인도인 소년의 여행과 득도 이야기입니다. 그 중간중간에 아름답게 그려지는 인도의 이곳저곳과 그 문화를 보는 것도 한 묘미였죠.



보석과 광석 전시관.
우둘투둘하고 거친 광석에서 그렇게 작고 빛나는 보석이 나온다니, 신기하죠?^^

아 잠깐!! 쫌전에 거짓말했다 ^^;

모두가 가장 사랑했던 건 아이맥스 영화가 아니라요 human&body(인간과 신체)라는 전시관이었어요. 저는 그냥 인체의 신비처럼 몸의 여러 기관에 대한 설명이나 이런걸 지루하게 늘어놓은 곳일꺼라 의례짐작 했는데요, 여기에 정말 재밌는 게 있었어요. 이 전시관에 들어오는 모두에겐 일단 카드가 하나씩 주어집니다. “개인 정보 카드”라는 이 카드에는 말 그대로 개개인의 정보가 입력 돼요. 예를 들어 이 곳에 들어서면 맨 처음에 눈에 띄는 건 키와 몸무게 측정계. 혹은 발 사이즈 측정계. 기계의 지시를 따라하면 신체 정보가 카드에 입력 됩니다. 그리고 하나하나 채워나가는 거예요. 혈압, 지구력, 쌓여있는 스트레스의 정도… 일단 기계에 카드를 넣고 하라는 대로 따라하면 내 몸의 현재 건강 상태라던가가 그대로 정보로 뽑아져 나오는 거예요.

결과적으로!! 저는 무척이나 건강하답니다^^)// 하긴 학교 스포츠 팀에서 매일 하루 한 시간 이상을 뛰는데다, 가리지 않고 잘 먹고 잘 자니깐요. 그렇지만 일상 생활에 움직임을 별로 가미하지 않으시는 젯 이모와 호스트 엄마께서는 지구력 측정계(음악이 멈출 때까지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를 지났을 때 이미 무너져 계시더군요. ㅡ.ㅡ;;;

결론적으로! 별로 자연이나 과학에 관심이 없는 저 같은 사람한테도, Denver nature&science museum은 꽤나 흥미로운 장소였습니다.



유연성 테스트 중인 저. 슈웁~ 아니 글쎄…유연한건지 다리가 짧은건지…

Butterfly Pavilion 나비 박람관

입장하는 순간 눈앞에 수만마리(맞나?)의 나비가 날아다니는 진풍경이 펼쳐진다는 이 곳…엔 고대했지만 아쉽게도 들어가지 못했어요.^^;; 가던 길에 워낙 헤매서 도착한 시간이 오후 세 시, 오후 다섯시면 문을 닫는 이 곳에서 두시간을 즐기기 위해 입장권을 사시는 것을 호스트 엄마는 거부하셨지요. 그래도 너무나 얘기를 많이 들었고, 너무 기대했는데… 아쉬운 맘에 인터넷에서 정보를 몇 개 찾아봤어요. 화려한 나비 쇼로 눈요기 하는 것 말고도 틸라? 던가 뭐 그런 이름의 거대한 타란툴라 거미를 팔에 올려놓는 경험을 할 수 있다던가, 뭐 그런 저런 게 있더라구요. 정말 이런 데 갔다면 너무 재밌었을 것 같지 않나요!

Mall 쇼핑몰

쇼핑 몰과 쇼핑 센터의 차이점을 아시나요? 쇼핑 센터는 여러 가게들이 밀집해서 하나의 마을 같은 공간을 형성하는 그런 곳을 칭하는 단어구요, 쇼핑 몰은 커다란 건물 하나 안에 여러 가게가 들어 있는(??) 그런 데예요.
나비 박람관에 못 간 걸 대신하고 시간을 때우기 위해 저희는 시내에 있는 커다란 쇼핑몰에 갔어요. 저희는 시골에 살기 때문에 어디 여행이라도 가면 꼭 큰 mall에 들러요. ^^ㅋ 그래도 이 곳에 간 주요 이유는 다가오는 트랙 시즌을 위해 호스트 여동생 Michelle이 새 반바지와 신발을 사고 싶어했기 때문이예요. 백화점 같은 곳에 대한 시시콜콜한 설명을 듣고 싶어하시는 분은 아무도 없을테니..이 코터는 간단하게 넘길게요^.^;



아마 아디다스 매장이었던 듯?

+보너스



이번 여행의 묘미였던 음식! 전 큰 도시에 갈때마다 가장 좋은게 저희 동네하고는 달리 맛있는 레스토랑이 많은 거더라구요. 이 주변에는 Dighton Bowl이라는 아주 간단한 레스토랑밖에 없거든요. 아시안 식당에서 타이식 카레를 진지하게 내려다보고 있는 호스트 언니 마리앤. 호호


Church/ Afterwards…교회/그 후


독실한 기독교인인 저희 가족은 여행지에서도 교회를 빠지는 일은 가능한 피한답니다. 저는 종교인이 아닌데다 그 쪽 분야에 아는 바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교회면 다 똑같지 라고만 생각했는데 절대 그런 게 아니예요. 같은 기독교 아래에서도 수 없이 많은 파가 갈려요(다..당연한 건가? -_-;). 저희 호스트 가족의 종교는 Seventhday Adventist. 이 종교의 특징은 교회를 토요일날 간다는 거예요. 금요일 해가 진 다음부터 다음날인 토요일 이 시간까지를 sabbath 라고 부르고, 하나님이 만물을 창조하신 후 쉬셨던 신성한 날이라고 믿으면서, 이 토요일을 뭔가 특별하게 보내는데 할애하죠. 저희는 인터넷에서 가까운 Adventist교회의 위치를 검색한 후에… 젯 이모네에서 고작 10분 거리에 있는 가까운 곳을 하나 찾았어요.^^



콜로라도 Fort.Collins에 있는 Adventist교회. 다른 교회들과의 차이점을 알아보시겠어요?
네,바로 십자가를 찾아볼 수 없다는 거예요.^^

저희는 교회를 보자마자 약간 기가 죽고 말았습니다. 저희가 다니는 작은 교회(다니는 사람이 다 합해서 6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와는 달리 이 곳 교회는 크기가 가히 무지막지. 했던 거예요!
다른 교회도 다 그런지는 모르겠는데요 일단 저희 교회의 하루 일과가 어떻게 가냐면, 처음에 Lesson을 들으러 갑니다. 각자 또래와(예를 들어 어린애들 그룹, 청소년 그룹, 어른 그룹이 있어요)모여서 그 수준에 걸맞는 수업을 하는 거예요. 성경 공부라던가 이런 걸 해요. 그리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Sanctuary(신성한 곳)라고 불리는 곳으로 가서 목사님이 연설하시는 걸 듣는답니다. 음..너무 이쪽 지식이 없군요. ?ㅅ-;;;

뭐 어쨌든요 이 날 청소년 그룹에서 저희는 청소년 그룹 선생님을 기다리면서, 그 교회를 다니는 다른 대여섯의 아이들과 서로 흘끔거리며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눈부신(진짜!) 세 여자가 들어오더군요. ㅡ.ㅡ; 청소년 그룹 선생님인 Becki와, 그 두 딸 Kate와 Hayley였어요. 셋은 서로 엄청 닮았고, 다들 예쁘기만 한게 아니라 활발하고 떠들썩하고, 분위기가 순식간에 싹 바뀐거 있죠.
어쨌든 저희는 Becki네 집에 그날 오후에 놀러오라는 초대를 받았어요.

그래서 대망의 오후!
호스트 언니 마리앤은 가는 걸 거부했구요(얘가 워낙 이걸 하쟤도, 저걸 하쟤도 맨날 빼서, 저와 미셸이 걸핏하면 party pooper라고 부릅니다.-.- 말그대로 파티에 똥싸는 사람, 즉 즐거운 일을 망치는 사람) 저와 호스트 동생 미셸은 그들이 그려준 지도를 보고 그들의 집을 찾아갔어요.



으리으리하고 궁궐같은 Hayley와 Kate네 집.
큰 도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넓은 목장에 좋은 집, 상냥한 부모님, 예쁘고 매력적인 딸들,,, 너무나도 완벽하게 보이는 그런 가족이었어요.

아주 예쁘게 생긴 허스키 종 개 세 마리가 가장 먼저 저희를 반겼죠. 따뜻한 집 안으로 들어가자 맛있는 향기가 확 풍기면서 떠들썩하고,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그렇게 아늑하고 즐거운 분위기였어요. 언니인 Hayley는 아주 상냥하고 여성스러운데, 안어울리게 야한 농담을 즐겨 해요. ㅡ.ㅡ;; Kate는 이를 시원하게 드러내고 웃는게 매력적이라서 보는 사람들까지 다 즐겁게 만드는 키가 큰 아이인데, 처음엔 워낙 자기 친구들하고만 놀고 있길래 약간 서먹했지만요, 모두는 카드 게임을 통해서 금세 친해졌어요. Apple’s apple이라는 이 게임은 단어 설명 게임하고 비슷해요. 모든 카드에는 랜덤한 단어가 쓰여있어요. 음식일 수도 있고, 물건일 수도 있고, 사람 이름일 수도 있어요. 먼저 모두에게 빨간색 카드 몇장씩이 주어져요. 심판이 연두색 카드에 있는 단어를 꺼내서 보여주면, 모두 각자에게 있는 카드 중에 그 연두색 카드를 가장 잘 묘사할 수 있는 카드를 고르는 거예요.

가장 웃겼던 건요, 조디라는 아이가 “desperate(절망적)” 이라는 단어를 묘사하라고 내놨는데 장난스러운 Kate가 “데미 무어” 카드를 낼름 내려놓았던 거예요. 아~ 얼마나 웃었는지!!

카드 놀이를 좀 하다가는 Four wheelers를 타자는 Hayley 의 제안에 모두가 밖으로 나갔어요. 처음에는 이름만 듣고 그게 뭘까 궁금해 했는데요, 오토바이에 수레를 단단히 고정해서 여기저기 끌고 다니는 놀이 기구(?)예요. 한 대여섯 명이 수레에 올라탔어요. 그리고 Hayley가 오토바이를 운전했죠. 목장을 여기저기 끌려다니면서 저희는 얼굴에 온갖 오물이 튀고, 눈에 들어가고, 수레를 꽉 잡고 있는 손은 시렵고, 그래도 깔깔거리며 즐거워서 어쩔 줄을 몰라했어요. 캔자스 가든 시티에 있는 우리 교회도 이만큼 재밌으면 얼마나 좋을까! 분위기는 무르익어 갔죠.



공포의 Four wheelers.

해가 내리고, 청소년 크리스챤 비디오를 잠깐 보다가, 사베스 데이(휴식의 날)을 닫는 의식을 치른 후 저희는 군것질을 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어요. 이 부분에서 헤일리가 그 온갖 야한 농담들을 말해준 거예요. 저희는 야채 수프, 초콜렛 케잌, 온갖 티, 피자 등을 먹으면서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요, 갑자기 미셸이 “헉 엄마 아빠다!” 라고 소리를 질렀어요. ㅡ.ㅡ; 어느새 내리기 시작한 눈보라를 뚫고 저희 호스트 부모님께서 연락할 줄을 모르는 저희를 데리러 오신 거예요. 아이고~ 조금 더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날씨는 더욱 악화되고 있었고, 저희는 아쉬운 작별을 고해야만 했지요…


집에 가는 길에는 정말 말그대로. 아무것도 안 보였고, 저희는 죽을까봐 -_-; 조마조마 했어요.



새로 사귄 친구들. 맨 오른쪽(위, 아래) 두 명이 이 집의 공주들인 Hayley와 Kate예요.
맨 왼쪽에서 즐거워 하는 노란 셔츠의 소녀는 얼마전에 머리를 볶은 제 호스트 여동생 미셸.
찍사 노릇을 하는 바람에 아쉽게도 저는 사진에 없습니다…ㅜㅠ;;

STRANDED!!!!!!!!! In Burlington, Colorado
오도가도 못하게 되다, 벌링턴.콜로라도에서


밤새 눈이 소복히 쌓인 콜로라도 등지. 일요일이었던 이 날, 저희-라기보단 호스트 부모님-은 어떤 변덕을 부릴지 모르는 날씨도 무시하고 Dighton(저희 마을)로 돌아가기를 택했습니다. 다음 날이 개학날이었거든요.
저는 꽤나 마음이 안정된 상태여서. ㅡ.ㅡ 우박같은 소리로 차창을 때리는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Zzz…잠에 빠져들었어요. 한참 후, 아사를 막기 위해 저희는 맥도날드에 들렀다가 다시 캔자스 쪽을 향해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둬루컹(엌;). 하는 소리와 함께 호스트 아빠께서 차를 샛길에 세우셨어요. 그리고는 무뚝뚝하게 하시는 말, “The car died.(차가 죽었네.)” WHAT THE HECK!! 이게 왠 날벼락?!
그리고 온갖 시도에도 불구하고, 차는 도저히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갖은 노력 끝에 드디어 콜로라도 경찰에 연락이 닿았고, 그들은 저희를 위해 견인차를 보내 주었지요.



앞부분 저희가 타고 있던 트럭(??)에서 찍었습니다.
호스트 엄마, 두 명의 호스트 자매들과 제가 철없게 -.-;;낄낄거리고 있던 사이에 뒤에서 걱정스럽고도 진지하시게 차가 견인되는 모습을 지켜보시던 호스트 아빠.

아 그래서요. 저희는 차가 고쳐질 때까지 가까운 곳에 있던 Comfort INN이라는 호텔에 머물러야만 했습니다. 라고는 하는데요………솔직히………

이게 얼마나 신납니까!!!!!!!!!!!!!(덩실덩실) 개학날을 바로 앞두고 낯선 땅에서 옴짝달싹 못하게 되다!
여기 호텔에는 실내수영장이 있었고, 아침 식사가 제공 됐고, 완전 깡촌이 아니라 주변에 왠만한 건 갖춰둔 동네였어요. 그래서 한 번인가는 피자헛에도 갔었지요.ㅋㅋ 저희 호스트 엄마 말씀, “I’m glad that we’re stranded in Burlington, Colorado, not in a place like Dighton, Kansas.우리 동네 Dighton 같은데서 발목 잡힌 게 아니라 다행이야.”

다음 날, 차가 고쳐졌다고 당장 떠나자고 하시는 호스트 아빠. 그치만 모두들 걱정이 앞섰죠.
“여보, 지금 차가 문제예요? 가다가 눈보라 속에 갇히면 어떡해요!” 그렇지만 결국 아저씨는 납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로 고집을 포기하셔야 했어요.
도로가 닫혔거든요. ㅋㅋㅋ(아 아직도 웃기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요. 게다가 전화로 친구들에게 확인해 보니 저희 동네에도 눈이 내리고 있어서 개학이 연기됐다네요.

저와 미셸은 하루종일 수영을 하고, 코코아를 마시고, 간간히 나와서 휴게실에서 티비를 보고, 창밖에 지나다니는 남자들을 구경하고 그랬습니다.



할일이 없어! TV앞에 붙어있는 가족들


이틀간, 이 안에서 살다시피 했던 실내 수영장.
오후에는 새로 묶으러 들어온 사람들이 여럿 들어오곤 하지만 밤 늦은 시간이나, 이른 아침처럼 사람들이 호텔에서 체크아웃 하는 시간이면 텅텅 비곤했던 이 곳.

마침내 집으로 돌아오던 날. (화요일, 원래 예정대로였다면 일요일날 도착했어야 하는데…) 저희 동네도 새하얗게 변해 있더라구요, 다시 집에 왔다는 게 얼마나 이상하게 느껴지던지요!

그치만 언제나처럼, 여행의 후유증은 그다지 오래 남지 않아요. 지금은 다시 원래 생활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드디어 트랙 시즌이 찾아왔답니다!! 아 그리고 얼마 전엔 농구 코치 선생님께서 결혼식을 올리셨어요. 또 Forensics라는 학교 활동(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진화된 연극부 정도랄까요?)에 참여하느라고 요샌 정신이 없어요.

음 그리고 기관에서 연락이 와서, 학교 끝난 후에도 바로 집에 안 돌아오고 저희 호스트 가족 여행에 제가 같이 가도 된다는 소식을 전했어요.

에구에구, 정말 뒤죽박죽이네요^^; 여기 생활은 너무 느긋하고, 그날 그날의 평화로운 반복이라서, 한국 친구들이 고등학교의 긴장감에 대해 아무리 말해줘도 얼마 후면 제가 갈 곳이란 게 실감이 안나고, 주변 사람들도 제가 떠난다는 걸 별로 못 느끼는 것 같고, 근데 얼마 전에 호스트 아빠께서 “너 이제 조금있으면 온다고 한국에 부모님이 기뻐계시겠네.” 라고 엄청 씁쓸하게 말씀하셨을 때, 또 같은 동네 살고 계시는 호스트 할머니께서 “너 가면 나는 어떻게 하니.” 하고 넌지시 말을 건네셨을 때야 흠칫하고, 또 찡하고… ㅠㅜ

앞으로 두분 다 더 자주 안아드려야겠어요.

요즘은 영어시간에 ‘내 인생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사람’이라는 주제로 리포트를 쓰는데, 호스트 동생..라기보단 동갑내기 친구인 미셸이 며칠 전부터 부득부득 저에 대해 쓰겠다는 거예요. 그래라 하고 웃어 넘겼는데, 오늘 따라 평소면 애교로 넘겼을 친구들의 놀림이라던가가 게 장난처럼 느껴지지가 않아서 우울해 있던 중 제가 미셸한테 한 ‘나의 어떤 점이 너한테 영향을 끼쳤는데’라는 질문에 미셸이 흘리듯이 한 대답이 저를 엄청 감격먹였어요. ㅠㅠ
“네가 잘 몰라서 그렇지 네가 나랑 우리 가족뿐만 아니로 학교에 있는 모두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고, 그들의 삶의 많은 것을 바꿔 놓았는데.”

ㅎ ㅓㅎ ㅓㅎ ㅓ…
정말, 여기 친구들뿐만이 아니라 응원해주는 모두에게 고마워서라도 끝까지 달릴거예요.
다들 남은 기간 화이팅이예요. 생각해 보면 두 달이 그렇게 짧기만 한 시간은 아니잖아요? 확실하게, 끝까지 처음처럼.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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