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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통신원글

Live stories from Haniedu students  


제목[12기 - Vermont안예하 글2]
작성자안예하 등록일2006.04.25 11:11 조회수4,665
안녕하세요, 이제 막 봄이 찾아오는 Vermont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안예하입니다.
제가 쓰는 이 통신원글이 2번째글입니다. 나름대로 바쁘고 한달에 한번 시간내서 정성 들여 쓸 시간이 나질 않았다고 하면 핑계라고 하시겠지만, 저는 정말로 한편으로는 정말 슬픈 기나긴 겨울을 Vermont에서 지냈습니다.

정말 행복하게 지내는 중, 어느날 저녁 , 외식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호스트 아줌마가 배의 통증을 호소 하셨습니다. 그래서 호스트 아저씨께서는 저와 파오(태국교환학생)를 집에 데려다 주시고 호스트 아줌마와 병원에 가셨지요.
얼마후, 결과가 나왔습니다.

癌 cancer

그것도 굉장히 흔하지않은 암이래요. 피에 암이 있다고 하는데, 코끝이 찡해지고 정말 내주위에 이런사람이 있구나 하는데,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PAX에서 전화가 오기시작했고, 가족을 옮기는게 어떻겠냐고 물어보더라구요. 이제까지 호스트 아저씨, 아줌마와 지내던것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정말이지 그렇게 행복했던 적이 없었어요. 다른 교환학생들은 약간의 트러블들이 있었고, 형제많은 집에서 사는 애들은 고생을 하더라구요. 저희 집은 정반대로, 호스트 부모님이 아들,딸 없으시고, 그래서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호스트를 하시는 분들이었어요. 6년째 호스트해오신 분들이라 굉장히 다르더라구요.


정말 행복한 3,4개월이었는데, 나보고 다른집에 가서 다른학교 가서 또 지내라구요? 적응하는거 문제아니겠지만, 호스트 아줌마 저희없이 더 힘들어 진다는거 내가 더 잘 알아요.
호스트 아줌마 암 초기에, 발견하기 어려운 때에 발견해서 나 별로 안 힘들거에요. 걱정마세요. 나 진짜 안옮기고 싶어요.

그 뒤, 호스트아줌마께선 항암치료를 시작하셨고, 일주일 동안은 침대에서 일어나시기 힘드실정 도로 많이 피곤해 하셨습니다. 그래서 시작한건 '요리'였습니다. 호스트 아줌마께서 매일 하시는거 어깨 넘어 배워가면서 한 요리였습니다. 아줌마 피곤한거 다 아니까, 도와준 요리가 어느날 재미가 붙더라구요. 크리스마스 쿠키를 만들고, 생일케익, 그러다가 저녁도 만들고 정말 재미가 들여진거죠.

크리스마스 선물로 호스트 아줌마께서 Betty Crocker 요리책을 사주시고, 여러가지 레시피를 시도를 하게 하셨어요. 발렌타인 데이때는 초콜릿 비스코티를 만들어서 학교친구들, 선생님들에게 다 나누어 주었죠. 이제는 항상 아줌마께서 오후 5시쯤 물어봐요. "What’s for supper?"


저희집은 농장집입니다. 아저씨나 아줌마께서 농부는 아니구요. 동물들을 너무 좋아하셔서 소 4마리, 말1마리, 당나귀2마리, 양5마리, 닭6,7마리, 오리 6마리, 강아지 3마리, 고양이 3마리 이렇게 우리집은 구성이 되어있지요. 얼마전까지 눈이 쌓여있고, 영하를 매일 달려주는 센스로 인해 동물들은 겨울내내 barn에 있어야합니다.
그러면 동물들의 똥오줌 치워주고, hay를 나눠주고, grain을 퍼주고, 물도 한동이씩 넣어줘야하고. 장난이 아니거든요. 아저씨 혼자하기는 벅차요. 그래서 항상 파오와 제가 순서를 번갈아가며 해줘야 하는거죠.
내가 barn에 가는 날에는 파오가 저녁준비를 하고, 파오가 barn에 가는 날에는 내가 저녁준비를 하고. 그런데 어느날 발견을 해어요. 가끔은 barn에 갔다와서는 요리도 하고 있는 제 자신을요. 진짜 힘들어요. 학교 갔다와서 5시에 아저씨 집에오면, 실수로 바닥에 뿌려진 물은 3분만에 얼어버리는 그 추운 barn에서 그 무거운 물양동이를 7개를 날라야하고, 똥오줌 다 치워주고, 밖에다가 버리는 그일을 하고 와서 녹초가 되어서는 다시 부엌에 서서 음식을 하는 제 자신이 정말로 뭔가 이상해 보이는 거에요.
그래서 괜히 파오나 아줌마한테 오늘은 정말 힘들다, 뭐 이런식으로 눈치주면, 외식하러 나가고. 자기는 요리 못한다는 식으로 나오는 파오가 그렇게 미워보일수가 없더라구요.
파오가 "I can’t cook!"을 외치면서 "You are so good, you can cook everyday."를 내뱉는데 그냥 웃으면서 넘기지만 정말로 무슨 내가 밥해주는 사람도 아니라는 생각이 막 머리속에 들어오더군요.
가끔은 파오가 레시피를 들고와서는 이거 해주는게 어떻겠냐는둥, 이러면 요즘에는 "그럼 니가해" 이렇게 말해주기도 하고, 더 이상은 겉으로는 웃으면서 속에서는 부글부글 끓는 짓 못하겠더라구요. 가끔 파오는 자기가 접시들을 dish washer에 넣는게 힘들다고 불평을 하는데, 어이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니가 요리하면 내가 그거 할께" 이러면서 속에 있는말 다 뱉어내요.
원래 속에 있는말 진짜 못하는 나였는데, 왜 이렇게 변한건지, 가끔 제 자신에게 놀라고는 하죠.
요리자체는 재밌는데, 다른것 때문에 그렇게 불평하고 있는 제 자신이 싫더라구요.

이제는 막 다 솔직하게 말해야 여기서 통한다는걸 느끼는데, 많이 변했다는 말도 듣기도 하지만 이런방식이 더 편해요.


그렇다고해서 그 기나긴 Vermont의 겨울이 싫었다고 막 후회하는거 아니에요.
이 주위 교환학생중에 저처럼 호스트 아줌마 아저씨랑 친한 애도 없다구요. 시간만 나면 호스트 아줌마랑 저는 서로 hug를 하구요, 다른 교환학생들이 다 부럽대요.


곧 돌아가는 이 시점에서 그 기나긴 겨울동안 많은 것들을 배웠다는걸 느끼고, self control을 하고 있는 내 자신에게 놀라면서, 가끔은 참을줄도 알고 내뱉을줄도 아는, 버몬트에서 호스트 아줌마 아저씨, Mildred와 Dave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매일매일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그 기나긴 겨울을 항암치료로 보낸 우리 아줌마 어떠시냐구요 ?
거의 모든 것의 수치가 정상 이상으로 올라오셨구요, 다른 뭔가가 있다고는 하는 의사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대로는 거의 정상으로 이제는 편안하게 당분간 6개월동안은 그 작년 11월 전처럼 살수 있다고 하는데, 좋아서 소리지르고 막 서로 껴안고 축하해 드렸어요. 당분간은 한달에 한번만 의사한테가서 점검 받으시기만 하면 된데요 ^^

따뜻한 봄이 시작되면서, 호스트 아줌마께서도 몸이 호전되시고, 우리 강아지도 건강이 좋아지는데 이렇게 기쁠수가 없어요.

남은 2개월 행복하게 지내다가 돌아갈께요 !



이제 막 꽃의 봉우리가 터지는 버몬트에서
씩씩하게 참을건 참으면서(?) 살아가는 예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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