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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4기 - Tennessee 오솔뫼/글1]
작성자오솔뫼 등록일2006.10.10 18:03 조회수8,247

교환학생으로 첫발을 디디며

안녕하세요? 미국에 3주일 째 체류 중인 14기 공립 교환학생 오솔뫼입니다. 아직 출발하지 못한 친구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통신원 글을 쓰려니 미처 출국하지 못한 친구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고, 부디 모두의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힘내라고 파이팅을 먼저 외칩니다.

이곳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 2에 나온 바 있는(상당히 혹평이었습니다. 오리선생 한호림 영감님이 뭐 테네시 말이 사투리가 심해서 알아듣기 힘들다고 써놓으셨더군요. 참고로 그 부분 옆쪽에 있는 루크 영감님의 삽화가 저희 호스트 댓과 아주 똑같이 생겼습니다.) 테네시 주입니다. 저희 호스트 맘이랑 호스트 댓은 노부부입니다. 호스트 댓은 은퇴하신 엔지니어입니다. 이곳에는 그의 이름을 딴 Ralf Horton가도 있습니다. 그가 닦은 길이라 거리 이름이 그렇게 정해졌다는군요. 호스트 맘은 꽃집인 Jean's house of flowers(안에선 장식품들도 많이 팝니다. 주로 교회 관련이나 크리스마스, 테네시 대학 관련이죠.)를 운영하십니다. 일요일엔 배달도 다니시고요. 자식들은 다 분가했고, 손자 나이가 저보다 1살이 많고 손녀 나이가 저보다 1살 어립니다. 이건 뭐 따지자면 호스트 조카라고 말할 수 있는데, 뭔가 특이합니다. 오기 전에 예상은 했지만 여기가 집이 굉장히 넓습니다. 대충 어림잡아도 집 내부 넓이만 60평 이상은 되어 보입니다. 거기에 앞마당, 뒷마당은 그렇다 쳐도 집 옆쪽에 언덕이 있는데 엄청 넓습니다. 아무래도 미국이 땅이 넓다보니 땅값이 싼 때문이겠죠.

 





 

흔히들 백인이 많은 지역 사람들은 인종 차별적이 심할거라 생각하지만 그건 편견인 것 같습니다. 이 곳에는 중국인을 양녀로 데리고 있는 남자도 있고, 매년 교환학생이 서너 명 씩 온다고 합니다. 현재도 저외에 한국인이 두 명, 베네수엘라 사람이 한명 와있죠. 한국인의 경우엔 한 명은 사립학교 다니는 유학생이고 한 명은 저희 학교에서 처음 만난 교환학생입니다. 교환학생으로 저희 학교 와있는 사람은 이름을 김준식이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쥬시라고 불립니다만 아직은 제가 한국인인 것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사립 유학생은 한국이름이 손 동주이고, 여기 이름을 Jason son이라고 하는데, 저랑은 말 트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한국나이가 18세이고, 여기서는 고3이죠. 지금은 운전면허 시험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베네수엘라 녀석은 교환학생이고 이름은 알프레도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파스타(알프레도=파스타 이름)라고 불립니다. 저와 두 과목 수업을 같이 합니다만 아직 친하진 않습니다. 동주형이 살던 집에 가서 있다던데, 동주형과 마을 사람들에게 들은 바론 그 집이 동네 왕따인 데다가 족제비를 기르는데 냄새가 엄청나다고 합니다. 뭐 자기 복이겠죠.(그런 면에서저는 엄청난 행운아죠)

 


 

저번에는 한국에선 이마트에게 먹힌 월마트에 가서 쇼핑을 하던 중 놀라운 것을 발견했습니다. 스파게티를 사야 해서 누들 코너에 갔는데, 한 구석에 자랑스러운 한국의 농 모 회사의 육개장과 김치 육개장이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김치 없으면 밥 못 먹는 너무나도 한국적인 분들도 힘들여 김치 사거나 호스트 패밀리 눈치 보고 할 필요 없이 월마트 가서 김치 육개장 사면되는 거지요. 어차피 똑같은 김치 아닙니까? 뭐 전 한국에서 육개장을 사와서 여기서 육개장이 있는 걸 보고 엄청나게 후회했었죠. 여기 오기 전에는 배고플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했는데, 호스트 맘이 저에게 냉장고에 들어있는 건 마음대로 먹어도 된다고 하시더군요. 위에서 말한 동주 형은 작년에 교환학생으로 있을 때 냉장고에 있는 걸 마음대로 먹어도 된다고는 했지만 정작 먹을 걸 안 사놔서 항상 배고팠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항상 오레오나 프링글스를 사놔서 배고플 일은 별로 없습니다. 뭐 토요일이나 방학 같은 때는 호스트 댓이 새벽같이 골프 치러 가시고 호스트 맘이 일하러 가셔서 점심 먹기 전까진 혼자 있게 되는데, 과자들 덕분에 배고플 일이 별로 없습니다. 이 집에도 개가 있습니다. 오기 전에는 이 집에 개가 있다고 해서 짖어 댈까봐 저도 막 긴장이 되었는데, 저를 보자마자 꼬리를 흔들며 핥으려고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덕분에 지금은 개랑 많이 친해졌습니다. 아직도 핥는 것은 싫어하지만······. 뭐 그렇다고 개가 훈련이 안 되어있는 건 아닙니다. 엄청 철저하게 되어 있죠. 대소변은 기본이고 집 안으로는 한 발자국도 못 들어오고 낮에는 짖으면 안 되고······. 말했다시피 이 집은 개를 집 안에 들여놓지 않고 집 밖에 내다 놓습니다. 뭔가 한국적인 정서(?)가 느껴지더군요.


여기 호스트 댓도 우리 아빠처럼 골프 굉장히 좋아하십니다. 거의 매일 아침마다 골프 치러 가십니다. 호스트 맘 말씀으로는 늙어서 못 뛰니까 골프를 좋아한다고 놀리더군요. 여기 골프 TV에 보면 미셸 위나 박세리 등이 선전하며(졸전 할 때도 있겠지만)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지요. 또한 주변에서 가끔씩 보이는 샘숭, 엘지등이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느끼게 해줍니다.(여담입니다만, 전자제품이 발달한 일본 도쿄나리타 공항의 TV도 거의가 삼성입니다.) 뭐 이곳 사람들은 나이키나 포드 등의 몇몇 회사를 제외하면 회사의 국적, 소니, 혼다, 모토로라가 일본회사고, 노키아가 핀란드 회사고, 삼성과 엘지가 한국 회사인지 잘 모르며(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 크게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그냥 제품이나 브랜드를 보고 사는 거죠. 여기가 남부라고 느낄 수 있는 점은 날씨를 제외하면 남북전쟁 관련입니다. 여기가 남부다 보니 이 곳 저 곳에서 남부 군기나 남부동맹 국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역사책들도 온통 남북전쟁 관련 책들뿐 이죠.


전 여기서 교회를 일주일에 4번씩 갑니다. 수요일, 토요일, 일요일 낮, 일요일 저녁··· 여기 교회는 한국 교회랑 다른 점이 좀 있는 듯합니다. 일단 여기 사람들은 한국처럼 선교활동을 안합니다.(다 같은 신자인데 선교의 의미가 없죠.) 또 여기 사람들은 한국 교회처럼 봉헌을 중요시 하지 않습니다. 바구니가 두 줄을 거쳤는데도 비어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리고 여기 교회의 가장 중요한 점이라면 남녀노소가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유일한 장소라는 것이죠. 말하자면 커뮤니케이션의 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또 결혼식 등의 마을 행사가 있으면 교회에서 행사를 진행합니다. 저번에는 결혼식이 있었는데, 성가대 출신들이 축가, 목사가 주례, 피아노 담당은 피아노를 연주하더군요. 여기도 청소년부가 있는데, 뭐 성경 읽는 시간보다 노는 시간이 훨씬 많습니다. 저번에는 케리(선생님)가 ps2를 가져와서 저도 위닝일레븐(축구)을 한판 했습니다.(결과는? 3:1 참패로 괜히 나섰다가 망신만 당했습니다.) 또 평소에는 아래쪽 체육관에서 배구 비슷한 것을 많이 합니다.(이것도 아까 말한 ps2처럼 망신만 당하고 있습니다. 7~8살짜리 꼬마들이랑 할 때도 제대로 되지가 않네요.) 여기 그린리버(초록강물이란 뜻의 Green River입니다. 마을 옆쪽에 초록 강물이 흘러서 지어진 이름이죠.) 사람들은 마을 전체가 한 가족이다시피 합니다. 교회에 가면 모두가 서로 알고 있죠. 하기야 몇 백 명밖에 안 되는 마을에서 서로 못 알고 지낼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제가 교회에 처음 간 날에는 예배 도중에 갑자기 목사가 그린리버에 새로운 손님이 왔다면서 제 이야기를 하더군요. 뭐 이럴 땐 기분이 참 오묘한 겁니다. 뭐 그래도 생각보다 관심을 많이 받으니 기분은 좋더군요. 미국에 올 때 디카를 사와서 요즘엔 사진 찍기가 새로운 취미가 되었습니다. 3주 만에 3백장을 찍었습니다.

 



 

모두가 궁금해 하는 학교 생활 이야기를 해야겠군요. 한국에 있을 땐 학교에서 과목을 정할 때 외국어로 뭘 선택할까 고민했는데, 막상 와보니 과목이 달랑 영어/수학/사회/과학 4개뿐 이더군요. 뭐 학년이 올라가면 미술이나 음악, 미국사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과목에 대한 설명을 하자면, 영어는 문법을 배우는데 어려운 정도는 아닙니다. 구와 절 등의 문장 구성 요소부터 차례차례 갑니다. 수학은 듣던 대로 한국보다 약간 늦더군요.(하지만 이도 만만찮은 게, 수학 용어들이 다 영어로 되어있습니다. 기호도 약간 틀리게 사용하는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약간입니다. 대충 반년에서 1년 정도 느립니다. 전 역사를 좋아하고 또 잘 알기에 사회 부분에서 미국사/세계사를 고르려 했는데 역사는 12학년만 배울 수 있다고 하더군요.(다른 과목은 학년 안 따지고 교실 막 섞어 쓰면서) 그렇다보니 이곳 애들은 미국사 잘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할 수 없이 경제와 세계지리를 고르긴 했는데, 용어가 어렵지 한국말로 써놓으면 쉬운 내용입니다. 과학은 기술/공작/생물 이렇게 선택과목 세 개가 있어서 생물을 빼버렸는데, 지금 한국 기술 시간에 배웠던 도구(연장?)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는 다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또 이 학교는 제 2 외국어도 과목이 없습니다. 좀 특이합니다만 여긴 주별로 다 다르니까요.

 



 

뭐 애들은 그저 그렇습니다. 한국처럼 핸드폰 몰래 쓰는 녀석도 있고 카페테리아에서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는 흡연자 집단도 있고, 게이도 있고, 그런 거죠. 역시 사람들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것 같습니다. 
저번에는 학교 행사로 웨이니 카운티 중고등학교 교사 합동 연극을 수업을 빼먹고(!) 보러 갔는데, 단순 연극이 아닌 스크린을 가미한 연극 이었습니다. 그런데 영상 찍는다고 병원차, 초·중·고교에 스쿨버스, 병원, 가정집을 동원하고 학교에서도 나이 드신 선생님이 여장연기에 바보연기까지 하시더군요.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서 흥미로웠습니다. 약간의 문화적인 충격도 느꼈고요,
제 첫 통신원 글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미국은 주별로 모든 시스템이 다릅니다. 통신원 글은 참고하는 일종의 참고서에 불과할 뿐이지, 그것이 정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참고서가 교과서가 될 수 없듯이 말입니다.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겁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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